영화 리뷰

정말정말 개인적인 영화 <사바하> 리뷰

누우우움 2019. 3. 4. 23:20

(출처: http://www.cgv.co.kr/movies/detail-view/?midx=81616)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나는 영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영알못에, 종교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며, 이 리뷰는 철저하게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것도 밝혀둔다. (또한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으나 중간중간 섞여있을 수 있다는 것도 미리 밝혀둔다)

나는 영화 사바하가 개봉하기도 전에 개봉일 영화를 하나, 무대인사 영화를 하나, 총 두 개의 표를 끊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말이다. 내가 이랬던 이유는 사바하 감독님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4번이나 본 팬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님의 영화가 나를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했기에 나는 사바하를 두 번이나 보러간 게 아닐까 싶다. 앞서 말했듯 나는 검은 사제들의 팬이었기 때문에 이 리뷰는 검은 사제들’(일명 검사제)와의 비교 위주로 적어보았다.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 보다는 공포 요소가 좀 더 있다고 느껴졌다. 검사제는 사탄이 나와서 공포 보다는 종교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사바하는 진짜 귀신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의 평으로는 무서운 걸 전혀 못 보는 사람은 너무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 하고, 무서운 걸 기대하고 간 사람은 전혀 무섭지 않아서 실망했다고 했다. 내 입장을 말하자면 이 영화는 무서운 장면이 나올 걸 (여타 공포 영화와는 다르게) 미리 예고해주기 때문에, 뭔가 무서운 게 나올 것 같으면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의 정체성을 공포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보러 갔기 때문에 공포 요소는 그리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섭고 말고를 떠나서, 귀신이 나오는 순간 종교 오컬트에서 확 멀어지는 느낌이라 나한테는 별로였다. 그래도 내가 검은 사제들에서도 좋아했던 영화 특유의 방구석 종교분위기가 사바하에서도 전반적으로 깔려 있어서 좋았다. ‘방구석 종교라는 건 내가 붙인 이름으로, 종교가 신성한 느낌이 아니고 좀 미친 것 같으면서도 한국 방구석에 있을 법하게 다가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구석 종교분위기도 사바하가 검은 사제들보다도 덜한 것 같다. (아마 사바하의 스케일이 훨씬 크기 때문인 듯하다.)

전작이 기독교였던 만큼 메이저 종교에 형평성을 주려는지 사바하는 불교 요소들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진짜 불교인이 봤을 때에는 불교의 기독교적 해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을 봤지만, 나는 종교인이 아닌 관계로 더 이상 첨언하지 않겠다. (조금 첨언하자면, 영화에서도 불교는 절대적인 선과 악을 나누지 않는다고 나왔는데 그러면 이 영화에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선악관계는 어떻게 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다만, 나는 불교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가 영화에 너무 잘 녹아 나와서 이 부분은 정말 좋았다. 나의 검은 사제들 최애 장면 중 하나가 무당 장면(그 미칠듯한 분위기가 좋았다)이었는데, 그 색감을 영화 전반적으로 볼 수 있었던 느낌이었다(물론 미칠듯한 분위기는 훨씬 덜 했다).

검은 사제들이 퇴마물이라는 장르 영화였다면(그래서 스토리는 조금 빈약했다면), 사바하는 좀 더 대중 영화로 다가가기 위해 스토리를 풍부하게 하고 스케일을 크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검은 사제들 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볼 것으로 예상되며, 개인적으로도 웰메이드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탄탄한(다르게 말하면 전형적인) 서사라인을 따라가면서도 그 특유의 분위가와 색감으로 영화를 뻔하지 않게 만드니 보고 나왔을 때 , 꽤 재밌다.”라는 평이 나왔다.

하지만 검은 사제들보다 메인 서사가 탄탄해진 만큼 캐릭터 서사(특히 주인공의 서사)가 희생된 느낌이 들었다. 검은 사제들은 살짝 빈약했던 스토리를 캐릭터 매력으로 이끌어 갔다면, 사바하는 완전 반대인 느낌이었다. 스토리가 겹겹이 겹쳐져 있는데, 주인공은 이러한 스토리의 진실을 밝혀내는 도구로 소비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좋은 스토리라인보다 매력적인 캐릭터성에 빠져들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또한 사바하의 전체적인 서사는 잘 만들어졌으나, 너무 탄탄하게 만들려고 했는지 너무 뻔한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남성 캐릭터가 행동하는 동기(모티베이션)를 모성애로 설정한 것이다. 그것도 창녀인 엄마의 모성애로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매체를 넘나들어서 너무 많이 봐왔으며, 또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고정되고 뻔한 요소를 마주치니 살짝 당황스러웠으며, 이러한 요소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관객들을 납득 시킬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압도적인 분위기 덕에 좀 중화가 된 감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러한 뻔한 요소들을 캐치할 때마다 영화에 대한 몰입이 깨졌다.

정리해보자면, 나는 이 감독님의 특유의 종교적 분위기를 사랑하지만, 사바하의 경우에는 메인 서사에 비해 캐릭터 서사가 죽으면서 개인적인 호감도가 검은 사제들에 비해 살짝 낮았다. 또한 탄탄한 서사는 매우 마음에 들었으나, 탄탄한 서사를 위해 넣은 뻔한 스토리 요소들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